날씨는 가령가령하고, 아지랑이가 있는 것만 같은 날이었다. 그 날, 우리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 게엽게, 누리를 살아가라. 너흰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란다. " 라는 말을 남기시고는, 하늘나라로 여행을 가셨다. 그 때 내가 마지막으로 본 우리 엄마의 표정은, 신나무 같이 온화한 표정이었다.
그날은 다른때와 달리 조금은 특별한 날이었다. 요즘 엄마가 아침에 팔다리가 아프고 억세 일어나기를 힘들어하셔서, 의원에 들러 침을 맞고서, 오랜만에 백화점을 구경하기로 한 날이었다. 나와 동생, 그리고 엄마는 정오즈음에 점심을 다 먹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의원에 갔더니 선생님께선 " 요즘 많이 피곤하신가보네요. 한약 한 재하고 침 놔드릴테니 글고 집 가서 쉬시면 나을겁니다. " 라고 이야기 하시곤, 말 한대로 처방 해 주셨다. " 엄마, 그럼 우리 엄마 침 맞구서 구경가요? " 라고 물으니 엄마는 씁슬한 표정으로 " 엄마 몸이 되서 오늘은 못 갈거같어... 미안허다 " 라고 이야기 하셨다. 동생과 나는 잔뜩 실망해 엄마께 조르려했지만, 엄마의 표정에서 엄마 말이 너무 참답게 느껴져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엄마의 몸은 쥐똥만큼도 나아지지않았다. 얼굴과 눈이 노랗게 변하고, 자주 어지러워 하셨고, 숨 차고, 머리가 아픈 등 상태가 더 나빠져 아빠께서 하루 연차를 내시고 서울 큰 병원을 엄마와 함께 다녀오셨다. 그런데, 집에 온 엄마는 당장 울 것만 같은 슬픈표정이었다. 눈치가 쥐뿔도 없는 내 동생은 " 엄마! 몸은 어떄여! " 라며 물었다. 달구비 같은 분위기에... 하여튼 내 동생은 정말 눈치가 없어... 동생이 묻자 엄마는 안다미로 눈물을 펑펑 쏟으셨다. 몇 분 후, 조금 진정하시곤 엄마가 췌장암 말기라는, 청천병력 같은 말을 들었다.
그 날 이후, 우리 가족은 라온힐조가 찾아오지않는, 어둡고 컴컴한 아침..들이 찾아왔다. 나의 마음..이 이래서 그렇게 느꼈던 것일까? 엄마는 실오라기같은 희망이라도 붙잡고서 일주일에 세번씩 항암치료를 하러 다니셨다. 윤슬 같았던 우리 엄마의 머릿결은 점점 푸석푸석해지고, 하나 둘 씩 빠졌다. 얼굴은 더 노래지고, 하람 같이 아름다웠던 우리 엄마를 반 쯤 빼앗아간 암이, 정말 밉다.
6개월 후, 정말 마지막, 엄마와 나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다. 아빠는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자며 우리를 병실로 데려가셨다. 안방엔 노랗게 질린 엄마가 누워있었다. 동생이 먼저 엄마께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동생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다음생에도 엄마딸로 태어나고 싶다고, 다음생엔 더 오래 함께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엄마께 이야기하려하는데 입이 떨어지지않고, 눈물만 자꾸 흘렀다. 결국 난 아무말도 하지못해서, 엄마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이야기하셨다. " 우리 딸들.. 엄마가 옆에 있어주지 못하고 빨리 가서 미안해. 다음생에 우리 가족 꼭 다시 만나자. 그땐 엄마가 또바기 있을게. 너흰 모도리 아이들이니까 잘.. 지낼 수 있을거야. 먼저 떠나서 정말 미안해. " 그리고 엄마는 마지막 말을 이으셨다. " 게엽게, 누리를 살아가라. 너흰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란다. " 그렇게 얼마 후, 내가 다솜하는 우리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엄마, 우리 꼭 다음생에 다시 만나요. 난 그때도 엄마딸로 태어나고 싶어요. 엄만 지금도 내 마음 속 어딘가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살고 있어요. 난 모도리 아이니까, 앞으로도 씩씩하게 살아갈거에요. 그럼 다음생에 다시 엄말 만날 수 있겠죠?
1. 가령가령 - 깨끗, 고운
2. 아지랑이 - 주로 봄날에 햇빛이 강하게 쬘때 공기가 아른아른 움직이는 현상
3. 게엽게 - 굳세고 씩씩
4. 누리 - 세상
5. 신나무 - 단풍나무
6. 참답게 - 거짓이나 꾸밈없이 진실하고 올바른데가 있게
7. 달구비 - 비가 오는것
8. 안다미로 - 그릇에 넘치도록 많게
9. 라온힐조 - 즐거운 이른 아침
10. 윤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
11. 하람 - 하늘이 내린 사람
12. 또바기 - 언제나 한결같이 그렇게
13. 모도리 - 빈틈없이 야무진
14. 다솜 -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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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는 가령가령하고, 아지랑이가 있는 것만 같은 날이었다. 그 날, 우리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 게엽게, 누리를 살아가라. 너흰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란다. " 라는 말을 남기시고는, 하늘나라로 여행을 가셨다. 그 때 내가 마지막으로 본 우리 엄마의 표정은, 신나무 같이 온화한 표정이었다. 그날은 다른때와 달리 조금은 특별한 날이었다.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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