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잠 드는 밤
정하영
달이 구름 사이로 숨어 새까만 밤.
볕뉘 하나 없는 어둠에
마음에 괜스레 허우룩하여
창문 두드리는 산울림 소리에
그루잠만 반복하는 고즈넉한 밤.
잠결에 스친 달보드레한 너의 향기가
시나브로 찾아와 느영나영 내 곁에 머문다.
그제야 슬며시 고개를 내민 어스름 달에
이부자리로 다시 깊게 파고들어
자몽한 정신으로 너에게 속달거린다.
단잠 드는 밤, 눈을 뜨면 슈룹을 쓰고
비 개인 하늘 꽃구름을 보러가자고.
1. 볕뉘 : 작은 틈을 통하여 잠시 비치는 햇볕
2. 허우룩하다 : 마음이 텅 빈것 같이 허전하고 서운하다
3. 산돌림 :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한 줄기씩 내리는 소나기
4. 그루잠 : 깨었다가 다시 든 잠
5. 고즈넉하다 : 고요하고 아늑하다
6. 달보드레하다 : 약간 달큼하다
7. 시나브로 :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
8. 느영나영 : 너하고 나하고
9. 어스름달 : 해가 진 다음이나 뜨기전의 어슬녘에 뜨는 달
10. 자몽하다 : 졸릴 때처럼 정신이 흐릿한 상태이다
11. 속달거리다 : 남이 알아듣지 못하도록 작은 목소리로 조금 수선스럽게 자꾸 이야기하다
12. 단잠 : 아주 달게 곤히 자는 잠
13: 슈룹 : 우산
14. 꽃구름 : 여러가지 빛을 띤 아름다운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