솜씨 뽐내기

줄글 게엽게, 누리를 살아가라.

공유민 2021.10.21 14:47 조회 수 : 7

 날씨는 가령가령하고, 아지랑이가 있는 것만 같은 날이었다. 그 날, 우리 엄마는 나와 동생에게 " 게엽게, 누리를 살아가라. 너흰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란다. " 라는 말을 남기시고는, 하늘나라로 여행을 가셨다. 그 때 내가 마지막으로 본 우리 엄마의 표정은, 신나무 같이 온화한 표정이었다.

 

 그날은 다른때와 달리 조금은 특별한 날이었다. 요즘 엄마가 아침에 팔다리가 아프고 억세 일어나기를 힘들어하셔서, 의원에 들러 침을 맞고서, 오랜만에 백화점을 구경하기로 한 날이었다. 나와 동생, 그리고 엄마는 정오즈음에 점심을 다 먹고 나갈 채비를 했다. 그리고 의원에 갔더니 선생님께선 " 요즘 많이 피곤하신가보네요. 한약 한 재하고 침 놔드릴테니 글고 집 가서 쉬시면 나을겁니다. " 라고 이야기 하시곤, 말 한대로 처방 해 주셨다. " 엄마, 그럼 우리 엄마 침 맞구서 구경가요? " 라고 물으니 엄마는 씁슬한 표정으로 " 엄마 몸이 되서 오늘은 못 갈거같어... 미안허다 " 라고 이야기 하셨다. 동생과 나는 잔뜩 실망해 엄마께 조르려했지만, 엄마의 표정에서 엄마 말이 너무 참답게 느껴져 그냥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엄마의 몸은 쥐똥만큼도 나아지지않았다. 얼굴과 눈이 노랗게 변하고, 자주 어지러워 하셨고, 숨 차고, 머리가 아픈 등 상태가 더 나빠져 아빠께서 하루 연차를 내시고 서울 큰 병원을 엄마와 함께 다녀오셨다. 그런데, 집에 온 엄마는 당장 울 것만 같은 슬픈표정이었다. 눈치가 쥐뿔도 없는 내 동생은 " 엄마! 몸은 어떄여! " 라며 물었다. 달구비 같은 분위기에... 하여튼 내 동생은 정말 눈치가 없어... 동생이 묻자 엄마는 안다미로 눈물을 펑펑 쏟으셨다. 몇 분 후, 조금 진정하시곤 엄마가 췌장암 말기라는, 청천병력 같은 말을 들었다.

 

 그 날 이후, 우리 가족은 라온힐조가 찾아오지않는, 어둡고 컴컴한 아침..들이 찾아왔다. 나의 마음..이 이래서 그렇게 느꼈던 것일까? 엄마는 실오라기같은 희망이라도 붙잡고서 일주일에 세번씩 항암치료를 하러 다니셨다. 윤슬 같았던 우리 엄마의 머릿결은 점점 푸석푸석해지고, 하나 둘 씩 빠졌다. 얼굴은 더 노래지고, 하람 같이 아름다웠던 우리 엄마를 반 쯤 빼앗아간 암이, 정말 밉다.

 

 6개월 후, 정말 마지막, 엄마와 나의 마지막 순간이 찾아왔다. 아빠는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자며 우리를 병실로 데려가셨다. 안방엔 노랗게 질린 엄마가 누워있었다. 동생이 먼저 엄마께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동생은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며 다음생에도 엄마딸로 태어나고 싶다고, 다음생엔 더 오래 함께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나도.. 엄마께 이야기하려하는데 입이 떨어지지않고, 눈물만 자꾸 흘렀다. 결국 난 아무말도 하지못해서, 엄마가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을 이야기하셨다. " 우리 딸들.. 엄마가 옆에 있어주지 못하고 빨리 가서 미안해. 다음생에 우리 가족 꼭 다시 만나자. 그땐 엄마가 또바기 있을게. 너흰 모도리 아이들이니까 잘.. 지낼 수 있을거야. 먼저 떠나서 정말 미안해. " 그리고 엄마는 마지막 말을 이으셨다. " 게엽게, 누리를 살아가라. 너흰 세상에서 제일 소중한, 단 하나밖에 없는 사람이란다. " 그렇게 얼마 후, 내가 다솜하는 우리 엄마는 세상을 떠났다. 엄마, 우리 꼭 다음생에 다시 만나요. 난 그때도 엄마딸로 태어나고 싶어요. 엄만 지금도 내 마음 속 어딘가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살고 있어요. 난 모도리 아이니까, 앞으로도 씩씩하게 살아갈거에요. 그럼 다음생에 다시 엄말 만날 수 있겠죠?

 

1. 가령가령 - 깨끗, 고운

2. 아지랑이 - 주로 봄날에 햇빛이 강하게 쬘때 공기가 아른아른 움직이는 현상

3. 게엽게 - 굳세고 씩씩

4. 누리 - 세상

5. 신나무 - 단풍나무

6. 참답게 - 거짓이나 꾸밈없이 진실하고 올바른데가 있게

7. 달구비 - 비가 오는것

8. 안다미로 - 그릇에 넘치도록 많게

9. 라온힐조 - 즐거운 이른 아침

10. 윤슬 - 햇빛이나 달빛에 비쳐 반짝이는 잔물결

11. 하람 - 하늘이 내린 사람

12. 또바기 - 언제나 한결같이 그렇게

13. 모도리 - 빈틈없이 야무진

14. 다솜 - 사랑 

번호 제목 전화번호 날짜 조회 수
공지 물너울 01025966737  2021.10.18 55
712 물너울 file 01025966737  2021.10.18 55
711 토박이말 게임에 참여하시겠습니까? file (이서율)010 4848 6734 /(정선우) 010 8075 8110  2021.10.22 22
710 나의 장래희망 너볏한 경찰 0557539312  2021.10.21 20
709 윤슬 file 055-753-9312  2021.10.13 19
708 4학년부터 지금까지 '나의 동무들' 0557539312  2021.10.21 19
707 구순한 가족 file 01033986522  2021.10.19 19
706 물너울 file 01071008214  2021.10.22 16
705 윤슬 file 055-753-9312  2021.10.13 16
704 코로나 19/진주성 file 010-3158-8605, 010-4902-6421  2021.10.22 14
703 꽃보라 file 01054246658  2021.10.22 12
702 가을풍경 file 010-6217-4857  2021.10.22 12
701 슬기주머니 file 0557539312  2021.10.22 10
700 구순하다 토박이말 file 010-9518-9639  2021.10.22 8
699 꽃등 file 0557539312  2021.10.22 8
698 바다(여름바닷가) file 0557539312  2021.10.22 8
697 온봄달 꽃 010-3650-5228  2021.10.07 7
696 윤슬 file 0557539312  2021.10.22 7
695 오사바사한 체육대회 file 010-8623-7641  2021.10.21 7
694 함께 악지하며 지켜내요 0557539312  2021.10.21 7
693 두꺼비씨름 file 0557539312  2021.10.22 6
692 깜냥깜냥 file 0557539312  2021.10.22 6
691 캠핑간 날의 미주알 고주알 file 01041361266  2021.10.22 6
690 매지구름 file 055-753-9312  2021.10.13 6
689 늘품 file 01030744101  2021.10.22 6
688 미리내 file 055-753-9312  2021.10.13 6
687 나비잠 0557539312  2021.10.21 5
686 동무처럼 친근한 토박이말 055-7539-9312  2021.10.21 5
685 꽃멀미 file 055-753-9312  2021.10.13 5
684 전학생에게 학교 소개하기 file 010-4779-3498  2021.10.22 4
683 어색 file 010-6284-1051  2021.10.14 4
682 엘리의하루 file 010ㅡ6417ㅡ3612  2021.10.19 4
681 둘한마음 0557539312  2021.10.21 4
680 멋글씨 file 010-4111-1527  2021.10.19 4
679 물너울 file 010-8768-2887  2021.10.21 4
678 토박이말 file 0557539312  2021.10.22 4
677 길고양이 file 055-753-9312  2021.10.22 4
676 어쩌다 발견한 돈(뜬돈) file 010-2623-3274  2021.10.22 4
675 배해체육대회 file 010-3124-4992  2021.10.21 4
674 꽃멀미 0557539312  2021.10.21 4
673 미쁘다 file 010-9342-9850  2021.10.21 4
672 그것을 이루기위해 지멸있게 연습. 055 7539312  2021.10.21 4
671 다솜합니다 file 010-8768-2887  2021.10.21 3
670 0557539312  2021.10.21 3
669 물너울 file 010-2480-2156  2021.10.20 3
668 가족(집 청소) file 0557539312  2021.10.22 3
667 물너울 file 010-2480-2156  2021.10.20 3
666 넋누리 0557539312  2021.10.21 3
665 윤슬같이 빛나는 나의가족 file 010-8768-2887  2021.10.21 3
664 깜냥깜냥 토박이말 불잉걸 file 010-4358-3295  2021.10.22 3
663 미쁘지 못한 일은 하지 말자! file 010-5059-4716  2021.10.22 3